단상

부천의 어린이 공부방에 다녀와서

왕꼬장 2008. 10. 29. 12:23

 

가난한 어린이들이 학교가 끝난 뒤 모여 지도를 받는

공부방에 다녀 왔다.

부천까지 차를 몰고가서 두어 시간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림을 보여주고 글을 쓰게 했다.

 

가난하게 사다는 건 죄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천진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에서

밀려나 이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되어가는 중간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5학년이나 된 아이가 글을 읽어나 쓰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5살때 글을 깨우쳐 새로운 우주를 경험한 것과

비교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 아이들이 이대로성장하면 우리 사회의

또다른 위험요소가 된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듬어주면 놀랍게 변한다는 말도 들었다.

 

차마 이름과 얼굴을 밝힐 수 없어 늘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로 사진도 못 찍었다.

그저 놀아주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앞에 나와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게 해주는 것

그게 나의 할 일이었다.

 

그 가운데 한 녀석

순식간에 종이 한장을 가득 채우게 글을 쓴 녀석에게

말했다.

 

꼭 커서 작가가 되어라. 20년 뒤에 선생님 찾아와라!

 

녀석은 내가 떠나는 걸 보려고 차에까지 따라나왔다.

내 한 마디가 녀석에게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  (0) 2008.11.15
세상의 비좁음  (0) 2008.11.11
노경실 선생님과  (0) 2008.10.25
불경기에 대처하는 법  (0) 2008.10.18
나의 얼굴  (0) 200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