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어린이들이 학교가 끝난 뒤 모여 지도를 받는
공부방에 다녀 왔다.
부천까지 차를 몰고가서 두어 시간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림을 보여주고 글을 쓰게 했다.
가난하게 사다는 건 죄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천진하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에서
밀려나 이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되어가는 중간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5학년이나 된 아이가 글을 읽어나 쓰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5살때 글을 깨우쳐 새로운 우주를 경험한 것과
비교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이 아이들이 이대로성장하면 우리 사회의
또다른 위험요소가 된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듬어주면 놀랍게 변한다는 말도 들었다.
차마 이름과 얼굴을 밝힐 수 없어 늘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로 사진도 못 찍었다.
그저 놀아주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앞에 나와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게 해주는 것
그게 나의 할 일이었다.
그 가운데 한 녀석
순식간에 종이 한장을 가득 채우게 글을 쓴 녀석에게
말했다.
꼭 커서 작가가 되어라. 20년 뒤에 선생님 찾아와라!
녀석은 내가 떠나는 걸 보려고 차에까지 따라나왔다.
내 한 마디가 녀석에게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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