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족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바라보자

왕꼬장 2009. 5. 2. 07:54

                        가족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바라보자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원래 세계 장애인의 날은 전세계적으로 12월 3일인데 우리나라만 독특하게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입니다.


 

저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1급 지체장애인입니다. 어려서 걸린 소아마비로 평생을 휠체어에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날을 보는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안내견 탄실이>같은 장애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쓰고, 장애인의 인식개선을 위해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도서관에 강연을 다녔습니다. 한마디로 제 뒤에 오는 후배 장애인들에게는 제가 겪었던 차별과 편견을 조금이라도 덜 겪게 하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과 인식이 개선되어야만 하니까요.

 

 

자동차가 그리 많다는 미국 도심의 고속도로에는 카풀레인이 있습니다. 잘 단속하지도 않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대부분 그 차선엔 2인 혹은 3인 이상 탑승한 자동차만 달립니다. 그들이 법을 지키고 카풀레인을 조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더니 법을 어기는 자에게는 경찰의 단속이나 제재보다 더 무서운 심적 처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옆에서 달리고 있는 일반 운전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었습니다. 말 한 마디 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지만 그들은 그런 범법자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보았습니다. 함께 하지 못할 녀석들이라는 싸

늘한 메시지가 그 눈빛에 담겨 있었습니다. 시선 하나로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 걸 그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어쩌다 장애인들이 밖에 나가면 수많은 시선을 견뎌내야 합니다.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쳐다보거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돌려가며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행동도 보이지 않지만 가장 무섭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가장 큰 행복은 평범 속에 있는 것이듯 보통사람과 더불어 살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들의 그러한 시선은 견디기 어려운 것입니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장애인의 가족들도 장애인과 똑같은 대접을 받으며 산다고 합니다. 놀이공원을 가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교통시설을 이용할 때 장애인과 똑같은 할인과 무료혜택을 장애인과의 동행여부에 상관없이 누린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았더니 장애인 가족들이야말로 그들을 가정에서 보호함으로써 이 사회가 짊어져야 할 공적 부담을 대신 떠 안은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혜택을 주고 배려해주지 않으면 수많은 장애인들을 사회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맡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가족의 품안에 있을 때 장애인들은 가장 행복하고 편하지만 또한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가장 이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5월은 가족의 달입니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습니다. 장애인을 이 사회에서 따뜻하게 품고 보듬어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행위는 바로 이것입니다. 그들을 누군가의 가족, 아니 좀 더 크게 봐서 나의 부모, 형제, 친지를 대해주는 것. 세상에 태어난 사람 치고 어느 누구 귀한 자식 아닌 사람 없습니다. 장애인들도 역시 장애라는 혹독한 운명을 겪고 있는 어느 집안의 귀한 자식들입니다. 모처럼 시내에 나온 그들을 만나게 되면 따뜻하게 한번 웃어주십시오. 그럼으로써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이 세상에 나와 산보하는 것을 더욱 즐겁게 여길 것입니다. 따뜻한 봄날 꽃향기에 취해 즐거움을 만끽하는 장애인들이 이 봄 많이 눈에 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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