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계를 휠체어 바퀴 삼아

왕꼬장 2009. 6. 2. 18:43

                                        

해외에 나가면 누구는 명품 가게를 들르고, 누구는 야시장엘 꼭 가본다고 한다. 대개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에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꼭 서점엘 들른다. 그 나라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료수집의 의미도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이 눈에 띄면 구매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한 마디로 직업정신의 구현인 셈이다.

 

 

내가 작가가 된 지도 벌써 20년이 가까워온다. 첫 저서인 <글힘돋움>이 1990년에 발간되었으니 그렇다. 20년 가까운 세월에 나는 벌써 150권 이상의 책을 발간했다. 프로의 세계는 그런 것이다. 죽기 살기로 자기의 분야에서 정진하는 것.

 

 

젊은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제법 많은 것을 이루었다. 베스트 셀러도 여러 권 내보았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도 썼으며, 그를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무엇보다도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큰 행운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꿈은 항상 진화하게 마련. 작은 것을 이루면 더 큰 것을 원하는 것이 인간 삶의 속성이다. 큰 세상을 살피고 생각의 폭을 넓히다 보면 그렇게 된다.

 

 

세계 각국을 여행 다니면 장애를 다룬 동화책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임을 알게 됐다. 그 어느 나라도 장애인이 주인공이거나 사건에 등장하는 작품을 우리처럼 많이 발간하지 않았다. 서점에 나가 장애를 다룬 동화나 책을 찾자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내가 쓴 작품도 제법 많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등이 그것이다.

선진국에 가서 그런 책을 찾으면 몇 권 되지 않는다. 나 같은 장애인 작가가 별로 없을뿐더러 그런 영역을 전문적으로 쓸 필요성이 크지 않단다. 장애인 인권이 그만치 신장되어서일까? 아니면 이미 사회보장이 잘 되어 더 이상 장애인의 투쟁이나 몸부림이 필요 없어서일까? 그들은 내가 장애를 가졌음에도 치열하게 작품을 써낸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중국이나 몽골, 캄보디아나 아랍권의 나라에 가보니 그곳은 또 다른 양상이다. 장애의 문제는 정말 절박하여서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장애인은 천벌 받은 사람,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여긴다. 인권 향상과 인간대접은 요원하기 짝이 없다. 아니, 편의시설이 부족해 장애인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도 그걸 체계화하고 논리적으로 문제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작가가 나오기는 더더욱 난망이다. 아예 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장애인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면서 장애인 인권 향상이 진행중인 중간 지점에 우리나라가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역할과 사명은 명확해진다. 내 삶의 문제가 응축되고 고민이 녹아 있는 내 작품들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소개하는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장애인들의 인권을 신장하는데 단초가 되어야 한다.

 

 

내 휠체어에 몸을 실어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이 세상 곳곳에 장애인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널리 알려야 한다. 세상은 어린이의 권리도 보장하고, 여성의 평등도 인정하며, 피부색의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바로 장애인의 권리 신장이며 인격존중이고 차별 금지뿐이기 때문이다.

1급 장애인의 어깨가 무겁다.

 

오랜만에 그려본 자화상이다.

과거 만화 그리던 가락이다.

 

성대 신문에 4년간 만화 만평 그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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