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애인이 안 보이는 두바이

왕꼬장 2009. 6. 2. 18:47

 

 
신발을 벗다가 안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난주에 다녀온 두바이의 사막모래였습니다. 두바이는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별천지였습니다. 불과 10여년 만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두바이. 과거 사막의 한적한 어촌이었고 그저 물고기나 잡아먹고 살던 베드윈 족들의 천막은 다 사라지고 세계 제일의 빌딩인 버즈 두바이와 수없이 많은 고층건물들이 도심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전세계의 건축 경연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세계최고의 빌딩 버즈 두바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짓고 있어서 더욱 더 감회가 새롭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석유산업이 전부였던 두바이는 곧이어 고갈될 석유자원에 대비하여 석유가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날과 같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두바이 전체의 수입 가운데 석유수입은 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저는 두바이를 보는 눈이 또 달랐습니다. 밤늦은 시간 호텔을 나와 산책을 하려했는데 놀랍게도 그 발전상을 보여주는 국가에서 차도와 인도 사이를 내려가거나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길거리를 다니는 장애인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개 선진국을 가면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장애인이 우리에게 문화의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잘 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그만치 사회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원하는 곳 어디든 접근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화려한 도시 두바이에서 휠체어를 타거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아라비아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장애가 여전히 부끄러운 것이고, 심지어는 천벌을 받은 것이라는 개념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상상해보면 척박한 사막이라는 환경에서 낙타나 말을 타고 다녀야만 하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안 봐도 뻔합니다. 장애인이야말로 그러한 열악한 사회에서 짐이 되고 부담되며 말살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그들은 이미 국민소득이 우리를 앞서고 있으며 인구의 80%가 외국인이고 자신들은 고급스러운 고부가가치 사업에만 종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은 부루카를 쓰고 눈만 내놓고 다니며 명품백을 어깨에 건 두바이의 여성들을 봤을 때 아직도 두바이의 갈 길은 요원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권의 발전을 단계별로 따져보면 여성해방이 가장 먼저 오고 그것이 완성될 무렵에 장애인 인권이 개선되며 장애인 인권이 해결된 뒤에야 비로소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에 귀를 기울인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야 장애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단계인데 두바이의 경우, 그들의 외형의 모습은 선진국이고 화려하기 짝이 없으나 실제 장애인인 내가 봤을 때 문밖을 나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돈을 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진정 경제적 풍요가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부유하게 하려면 약자와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우리. 짧은 시간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 권의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우리도 두바이 같은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으며 아직 부족한 점을 무엇인지, 우리가 배려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없는지 다시금 생각해야할 것 같습니다. 경제난이 오고 위기가 닥칠수록 사회적 약자들은 견뎌내기 힘들고 더욱더 외로워진다는 것이 이번 두바이 여행에서 다시 확인한 현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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