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자동차 없는 나라

왕꼬장 2008. 9. 2. 02:06


                                                             자동차 없는 나라
                                                            

 

폴리시아는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입니다. 인구는 천명 정도인데 자동차가 500대나 있답니다. 그 이유는 길이 워낙 험해서 사람들이 걸어서 먼 곳을 다닐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폴리시아의 차들은 험한 길을 잘 가는 힘센 것들입니다.
하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차동차와 사람이 뒤엉키니 늘 시끄럽고,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어서 비켜!"
"당신이 비켜!"

사람들은 툭하면 차 때문에 싸웠고 길은 온통 뿡뿡 빵빵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길은 늘 교통체증으로 막힐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죽기도 하고, 다치기도 해서 늘 왕궁에는 그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아,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자동차 사고로 이렇게 옳고 그름을 가려달라는 자들이 많으니……."

왕은 매일 그런 백성들에게 시달려 머리가 하얗게 샐 지경이었습니다.

"폐하, 저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별로 머리가 좋지 않은 신하가 말했습니다.

"오, 무슨 좋은 수가 있단 말이냐?"
"내일 당장 온 나라에 선포하십시오. 더 이상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고……."

왕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거니. 그런 좋은 방법이 있는 것을……."

왕은 그 다음 날 온 백성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폴리시아 왕국에서는 더 이상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 없다. 만일 이를 어기는 자는 모두 감옥에 가둘 것이다!"

그러자 나라는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갑자기 자동차를 없애라니까 다른 탈것들을 시급히 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없이 어떻게 살란 말이야?"
"글쎄, 정말 돌아버리겠군."

백성들은 모두 원성이 자자했지만 감옥에 가는 게 두려워 군말 없이 마차나 자전거 손수레 등을 타고 다녔습니다. 그 덕에 롤러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하하하! 이제 교통사고는 더 이상 없을 거다."

왕은 이제 더 이상 시끄러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아니, 오늘 식탁에 올라온 야채가 왜 다 이 모양이냐?"

왕은 아침 식사의 야채가 다 시든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폐하, 야채를 싣고 오는 자동차가 우리 나라에 들어오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뭐라고?"
"야채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의 공급이 달려서 가격이 뛰고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자동차가 대량으로 물건을 실어오지 못하니 나라의 살림이 엉망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국 건축은 왜 이리 늦느냐?"

왕이 새롭게 짓는 왕궁 공사가 갑자기 늦어졌습니다.

"폐하, 트럭이나 포크레인 같은 자동차가 없어 사람들이 일일이 삽과 곡괭이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허 그것 참!"

왕은 씁쓸한 듯 입맛만 다셨습니다.
그때 요리사가 왕에게 말했습니다.

"폐하, 저는 내일부터 왕궁에 출근할 수가 없습니다."
"왜? 넌 또 무슨 일이냐?"
"집에서 왕궁이 너무 멀어 도저히 다닐 수가 없습니다. 걸어서 두 시간이나 걸립니다."

그렇게 요리사가 관두자, 신하들이 하나 둘 사표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자동차를 없애자고 했던 신하까지도 더 이상 왕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럴 수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를 없앴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사고는 이어졌습니다. 마차가 뒹굴어 사람이 죽기도 하고, 롤러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져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많았습니다.

"어허, 이렇게 시끄러울 수가……."

왕은 모든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사고를 내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고를 내는 건데……. 내가 자동차를 없앤 건 큰 실수였구나."

왕은 다음날 다시 백성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자동차를 타도 좋다. 그 대신 교통법규를 엄격히 만들어 지키도록 할 것이다."

왕은 전문가들을 불러 법을 손질했습니다. 학교 앞에서 천천히 가기, 속도제한 지키지, 양보하기, 신호등 잘 따르기, 안전벨트 매기……. 그리고 이 법을 어기는 사람은 자동차를 못 타게 했습니다.

"이제 정말 자동차를 소중히 타야겠어."
"맞아, 걸어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

백성들은 다시 타게 된 자동차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법을 잘 지켜서 자동차를 빼앗기는 일이 없게 해야지."
"아무렴. 임금님이 다시 화나면 안되잖아."

백성들이 조심해서 자동차의 안전운행을 하니 나라는 다시 안정되었습니다. 물가도 내리고, 관뒀던 시종이나 요리사가 모두 돌아왔습니다.

"어험, 역시 자동차는 편리한 거야."

왕은 자동차로 출근한 요리사가 만든 맛있는 요리와 신선한 과일을 먹으며 행복했습니다.
이제 폴리시아 왕국에서 더 이상 자동차로 인해 생기는  골치 아픈 일은 없게 되었으니까요.
단, 자동차를 없애라는 어리석은 아이디어를 낸 신하만은 다시 왕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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